참으로 머나먼 여정이다.


초등학교 3학년 쯤부터 온갖 가전제품의 나사를 풀었다 조여가면서 내부 부품들을 보는것을 좋아했었고, 다양한 스위치가 잔뜩 달린 전축(! 물론 고장난, 혹은 고장내버린)의 스위치와 LED를 모으기도했다. 모아둔 스위치나 각종 부품들은 내 아지트에 보관되었고 그 아지트안에는 각종 스위치 등을 이용해 그때 당시 나에게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하고있었다. =_=;

아지트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전화기 다이얼에서 특정한 3개의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문을 열 수 있었다=_=b. 전자회로를 이용하는 수준까지는 배울 방법이 없었기에 그러지는 못했지만, 각종 부품들을 다뤄가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TV, 전축, 믹서기, 전화기, 전자레인지 그리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컴퓨터를 처음 접한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나서였다. 집에 컴퓨터가 생긴건 아니었고 학교에 컴퓨터실이 생긴것이다. 전교생 200명이 안되는 작은 학교에 컴퓨터가 30대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마다 5.25인치 디스켓뭉치를 가지고 컴퓨터실로 뛰어가 고인돌이며, 이름도 기억안나는 각종 게임들에 빠져있었다.

중학교에도 컴퓨터실이 두 개나 있었지만,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게임에서 멀어졌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는 새로 전학온 친구가 가지고 있던 GW-BASIC 책을보고 글자를 타닥타닥 써 놓으면 무언가 결과를 내뱉어 냈다. 그때도 집에는 컴퓨터가 없었기에 그 친구집에 자주 놀러다녔었다. 물론, GW-BASIC과 놀기위해…….

얼마되지 않아 아버지께서 컴퓨터를 한대 가져오셨다. 정부마크가 붙어있었고 윈도우95가 설치되어 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비로서 GW-BASIC 책을 빌려와 내 컴퓨터에서 마음껏 놀았고, 그동안 처박혀있던 5.25인치 디스켓을 가지고 밤샘 게임을…. 컴퓨터 게임에 대한 흥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고등학교 정보처리과에 들어가면서 윈도우 98책 등 컴퓨터 기초서적을 접하면서 컴퓨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고2 수업에 홈페이지 만들기 과정이 있었다. 네이버, 한미르 등에서 서비스했던 뚝딱 만들어지는 홈페이지도 만들었었고, 버전도 기억나지 않는 나모웹에디터를 가지고 프레임을 휙휙 그어가며 슈퍼보드(놀랍게도 아직도 일부 서비스 되고 있었다!)라는 링크형 게시판을 붙이기도 했다. 홈페이지 만드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기에 집에서도 HTML 공부를 했다. 집에서 독학으로 익힌것이 훨씬 많았기에 수업시간에는 이리저리 선생님보다 바쁘게 친구들의 홈페이지를 손봐주며 우쭐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내가 세팔보드를 비롯해 제로보드를 접한건 2001년 말 쯤이다. 슈퍼보드게시판을 떼어내고 제로보드라는 것을 다운받아 계정에 설치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네띠앙 무료계정에서 제로보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로보드를 사용하면서 PHP코드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PHPschool에서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고3에 접어들어서는 이승혁님의 'PHP 웹프로그래밍'이라는 책으로 더욱 깊게 공부했고, 제로보드의 코드를 여기저기 고쳐가며 핑클의 팬페이지도 만들어 보았다. 물론 사이트를 활성화 하지는 못했지만….

고3 말부터 였던가, 대학교 들어가서부터 였던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스스로 만든 게시판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보잘것 없었다. 제로보드를 능가하자라는 목표였지만, 한계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로보드의 새 버전이 나오면 의지가 꺽여버렸다. 그렇게 서너번 시도 했었던 것 같다. 시도하면 zb4, 시도하면 zb5, 작년에는 XE….

참 불쌍하게도 이번에 또 마음먹었다. 내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사실 작년부터 계획만 짜다 말다 했는데 요즘 다시 코드를 한 줄 한 줄 늘려가고 있다. 개발속도는 엄청 느리다. 아직 작동을 안하는 것은 물론이고, 작동시킬수도 없는 상황….

나이 25. 군대 상근예비역으로 소집해제. 생각 없이 니트족.
뭐가 될런지 안될런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천천히…….